“중학생이면 이제는 알아서 시간도 좀 지키고,

스스로 조절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게임 사용시간 때문에 오늘도 아이를 혼낸

부모님의 답답함이 섞인 질문에

안쓰러운 마음으로 답을 드립니다.

 

“부모님,

청소년은 알아서 스스로 조절을 할 수 없습니다.” 

온라인 게임 속 수많은 신데렐라를 만들어냈던

게임 셧다운제가 2022년 1월 폐지되었습니다.

온라인 게임 중독 예방을 목적으로 시행되었지만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변화된 게임 이용 환경을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시행된 지 10년 만에 폐지가 된 것이지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게임시간 선택제’입니다.

가정 내 자율적 선택권을 보장하고,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자와 자녀가 요청한 시간대에 게임 이용 제한을 두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가정과 아이의 ‘자율’입니다.

각 가정의 생활환경이 다르기에, 상황에 맞게 선택하고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아이들의 자율성은 ‘발달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입니다.

 

자율성은 개인의 내면에

자기 조절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주변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해진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마음과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생겨야

목표에 맞춰 행동할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된 우리에게는 자기조절이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것’에 해당된다면

청소년기 아이들에게는

‘하고 싶어도 아직은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담당하는 뇌가 아직 발달 중이기 때문이죠.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은 뇌의 아주 고차원적인 기능에 해당됩니다.

이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은 10대가 되어야 본격적으로 발달하고,20대 후반까지도 발달이 지속됩니다.

그렇기에 청소년은

다소 충동적인 특성을 보이기도 하고,

조절하고 싶지만 정작 행동으로는 이어지지 않아 좌절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아직 배밀이 중인 아기에게 왜 뛰지 못하는지 답답해하지 않는 이유는 아기의 신체가 아직 뛸 만큼 발달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자기조절을 하지 못하는 아이를 볼 때 우리는 ‘아이고 답답해’라는 마음이 아닌 ‘아직 아이가 커가고 있구나’라는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뇌의 발달이 완료되었다고 해도, 어느 날 갑자기 새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장 과정 중 받는 다양한 자극의 영향을 통해 뇌는 발달합니다.

그렇다면 자율적으로 자신의 행동과 생각,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는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해야 할까요?

 

 

1. 규칙을 세우고 알람이 되어주기

자율성은 ‘내면화된 타율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정해진 규칙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규칙이 자신의 것이 된다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가정 내에 규칙을 정하고 지킬 수 있도록 도우미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집에 오면 손을 씻는다, 가족들이 함께 식사할 때는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는다, 잠자기 전에는 꼭 양치를 한다> 와 같이 가족이 함께 지킬 수 있는 가족규칙을 세우고

아직 스스로 행동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기억하고 지킬 수 있도록 알람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2. 긍정적인 자기개념, 유능감 길러주기

부정적으로 자신을 인식하는 사람은 자신의 판단, 행동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기에 자율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긍정적인 자기개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잘 열리지 않는 뚜껑을 혼자 열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

알아서 숙제를 시작했을 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칭찬해 주는 것.

아이의 결정 혹은 어떠한 행동과 생각, 감정이 적절하다면 인정해 주는 것.

 

작은 성공경험과 중요한 타인인 부모로부터의 인정받는 경험을 통해

‘나는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3. 성장 중인 자율성의 한계를 알려주기

아이들이 게임 시간 조절에 실패할 때 실망감에서 끝나지 않고 ‘나는 이것 하나도 조절하지 못하는 한심한 사람이야’라고 스스로 부정적인 낙인을 찍는 것을 보게 됩니다.

긍정적인 자기개념이 있어야 자율성도 획득할 수 있는데 말이죠.

 

아이가 조절에 실패할 때 아이의 부정적 자기개념에 절대 동조해서는 안 됩니다.

<아빠도 네 나이 때는 놀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게 참 힘들었어!>, <지금은 너의 뇌가 한창 자라는 중이라 조절하는 어려운 게 당연하대, 그래도 이틀이나 지켰네!>라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내가 아직 성장하며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안심하게 되고, 실패해도 다시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어도

쉬고 싶은 마음, 놀고 싶은 마음을 이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른 아침 피곤한 몸을 일으켜 일터로 나가고,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화가 나는 마음을 꾹 누르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의 마음과 행동을 조절하는 것이 아이를 행복하게 하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그것이 동기가 되어 조절을 이끌어줍니다.

 

부모님에게 아이들이 조절의 동기가 되듯

아이들에게도 부모님이 중요한 동기가 된다는 것을 믿으며

아이의 조절 메이트가 되어주시는 건 어떨까요?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미디어치료 상담실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misocenter.or.kr/main/index.jsp